유엔, 아동에 대한 심각한 폭력 25퍼센트 증가
Beatrice Guarrera
살인과 신체 훼손, 강간까지 이어지는 무력분쟁 속 아동 대상 폭력이 4만1370건에 이르러 30년 만에 최악의 기록을 세웠다. 지난 6월 19일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발표한 ‘2024년 아동과 무력분쟁’ 연례 보고서는 이러한 참혹한 현실을 드러냈다. 3년째 계속되는 이 충격적인 증가세는 2023년보다 25퍼센트 급증한 수치로, 분쟁 당사자들이 국제법과 아동의 신성한 권리를 짓밟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경각심
“글자를 배우고 공을 차며 뛰어놀아야 할 2만2495명의 무고한 아이들이 총탄과 폭탄 속에서 목숨을 부지하는 법을 익히느라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우리의 양심을 깨워야 합니다.” 버지니아 감바 유엔 아동 및 무력분쟁 담당 사무총장 특별대표는 이 절규 어린 호소를 통해 인류가 직면한 도덕적 위기를 고발한다. “이 상황은 경각심을 일깨우는 신호탄이 돼야 합니다. 우리는 되돌릴 수 없는 벼랑 끝에 서 있습니다. 국제사회가 무력분쟁으로부터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보편적 합의에 다시 전념해야 합니다. 모든 분쟁 당사자들이 어린 생명을 위협하는 전쟁을 즉각 멈추고 인도주의, 민간인 보호, 비례성, 필요성이라는 국제인도법의 기본 원칙을 존중할 것을 촉구합니다.”
폭력의 급증
2024년 가장 참혹한 아동 인권 유린이 벌어진 곳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가자지구, 콩고민주공화국, 소말리아, 나이지리아, 아이티였다. 이 지역에서 아동은 국제인도법이 조직적으로 무너진 살육의 현장으로 변했다. 그 대가는 처참했다. 1만1967명의 아이들이 목숨을 잃거나 부상당했고, 7906명의 어린이가 생명을 구할 인도적 지원마저 거부당했으며, 25개 분쟁 지역에서 7402명의 아동이 전쟁터에 끌려나갔다. 폭력의 급증으로 학교 공격은 44퍼센트, 강간 및 성 학대는 34퍼센트 치솟았다. 극심한 고통과 무력분쟁이 휩쓴 곳에서는 납치와 징집, 착취와 성폭력이 한 아이에게 동시에 가해지는 복합 폭력 사례도 17퍼센트나 늘었다. 감바 특별대표는 절망적 현실을 이렇게 증언했다. “도시를 향한 무차별 폭격과 미사일 공격, 폭발성 무기의 끝없는 사용이 평범한 가정과 마을을 지옥으로 바꿔놓았습니다. 곳곳에 뿌려진 지뢰와 방치된 불발탄이 온 지역사회를 죽음의 덫으로 만들어 민간인들을 끊임없이 위협하고 있습니다. 특히 어린이들에게는 그 피해가 심각합니다. 이런 무기에 희생된 이들은 전투에서 목숨을 잃거나 부상 당한 전체 희생자의 4분의 1을 차지합니다.”
미성년자 구금
미성년자 구금 실태 또한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 분쟁에 가담한 무장 세력과 실제로 연루되었거나 연루 의혹을 받아 자유를 빼앗긴 아동은 최소 3018명에 이른다. 이들 중에는 현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를 받는 단체와 연관된 아이들도 포함돼 있다. 이런 구금 상황이 아동들을 고문과 성폭력을 비롯한 온갖 인권 유린에 무방비로 내몰고 있다. 유엔은 연령에 맞는 구금 대안을 마련하고 사회로 되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구금된 미성년자가 가장 많은 국가는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나이지리아, 이라크, 소말리아, 리비아다.
교육 접근권
교육받을 권리 역시 유엔 보고서가 깊이 우려하는 핵심 문제다. 분쟁 여파와 학교의 군사 기지화로 수백만 명의 아동이 배움의 터전에서 쫓겨났다. 수단에서만 1700만 명이 넘는 아이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교실 대신 거리를 떠돌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여학생의 중등교육을 금지한 지 3년 만에 220만 명의 소녀들이 꿈을 키울 기회 자체를 잃었다. 감바 특별대표는 이 현실 앞에서 다음과 같이 한탄했다. “적대와 증오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아이들이 자신들의 소중한 어린 시절을 송두리째 빼앗기고 있습니다. 세계 각국 정부와 무장 단체들이 미성년자를 위한 특별 보호를 인정하지 않고, 18세 미만을 아동으로 규정한 국제법을 노골적으로 짓밟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런 참상을 그냥 내버려둔다면, 아동 보호에 실패할 뿐만 아니라 어린 생명들이 안전하게 성장하고, 학교에서 배우며, 존엄과 희망으로 가득한 삶을 누릴 기회를 영원히 앗아가게 됩니다.”
상황 개선의 조짐
그러나 절망만이 전부는 아니다. 2024년은 유엔 아동권리협약이 세상에 나온 지 35주년을 맞은 해였고, 2025년은 18세 미만 아동의 무력분쟁 참여를 금지하는 아동권리협약 선택의정서(OPAC)가 탄생한 지 25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다. 이런 의미 있는 시점에서 희망의 불씨도 피어났다. 2024년 한 해 동안 군대나 무장단체에 끌려갔던 아동 1만6500여 명이 보호자의 품으로 돌아가거나 사회 복귀 지원을 받았다. 이는 2023년보다 늘어난 수치로, 2005년 이후 석방된 아동의 총합은 20만 명의 문턱을 넘어섰다. 아동 권리를 지키려는 노력이 결실을 맺어 분쟁 당사자들이 인계 의정서 체결, 인도주의 교육 실시, 일방적 보호 공약, 평화 대화 등 40여 가지 약속을 내놓기도 했다. 감바 특별대표는 그럼에도 아동을 향한 잔혹한 범죄가 계속 늘어나는 현실 앞에서 인류의 양심을 향해 다음과 같이 호소했다. “우리는 지금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를 가르는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이 아이들을 품에 안을 것인가, 아니면 등을 돌릴 것인가... 이 끔찍한 고통을 멈춰 세우기 위해 긴박하고 단호하게 행동해야 할 의무를 우리 모두가 나누어 지고 있습니다. 내일도 아니고, 언젠가도 아닌 바로 지금, 이 순간에 우리는 행동에 나서야 합니다.”
번역 이정숙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용시에는 출처를 밝혀주시고, 임의 편집/변형하지 마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