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레오 14세 교황과 알제리 순교자들의 증거
Andrea Tornielli
레오 14세 교황은 이탈리아 리미니에서 열리고 있는 ‘민족 간 우정을 위한 만남’에 메시지를 보냈다. 교황은 메시지에서 알제리 순교자들 관련 전시를 언급하며, “교회는 모든 인류와 깊은 친교를 이루며 사막에서 살아가라는 소명을 빛내며, 종교와 문화를 가로막는 불신의 벽을 극복하고 하느님 아들의 육화와 희생을 온전히 본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이 현존과 단순함의 길”이 “선교의 진정한 방향”임을 강조했다. 이 메시지는 리미니에 모인 이들뿐만 아니라 교회 전체에 매우 소중하고 의미 있는 지침이다. 교황은 또한 선교는 “정체성의 대립 속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기쁨과 고난 속에서 오직 예수님만을 주님으로 경배하며 순교에 이르기까지 자신을 온전히 바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알제리 순교자들을 다룬 이 전시를 통해 그들이 어떻게 알제리 국민들에게 헌신했는지, 모든 방식으로 삶을 나누고 형제애, 우정, 친밀함, 그리고 구체적인 도움을 증거했는지 보는 것은 감동적이다. 그들은 주목을 받으려 하지도, 숫자에 연연하지도, 미리 정해진 전략에 의존하지도 않았다. 이는 1996년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에게 살해당하기 직전, 순교한 피에르 클라베리 주교가 매일 목숨을 걸고 알제리에 계속 사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한 강론에서 잘 드러난다. “우리에게 집은 어디입니까? 우리는 십자가에 못 박히신 메시아 때문에 이곳에 있습니다. 다른 이유도, 다른 사람도 아닙니다! 우리는 지켜야 할 이익도, 유지해야 할 영향력도 없습니다. (…) 우리에게는 아무런 힘도 없지만 마치 친구, 병든 형제 곁에서 그의 손을 잡고 이마를 닦아주는 듯, 침묵 속에 이곳에 있습니다. 예수님 때문입니다. 아무도 포용하지 않는 그 폭력 속에서 고통받으시는 분이 바로 그분이시기 때문에, 수천 명의 무고한 이들의 육신으로 다시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분 때문입니다.”
이어 이렇게 덧붙였다. “그리스도의 몸인 예수님의 교회는 어디에 있어야 할까요? 무엇보다도 먼저 그곳에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교회가 예수님의 십자가에 충분히 가까이 있지 않기 때문에 생명을 잃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교회가 다른 세력들 중 하나의 세력으로, 하나의 조직으로, 심지어 인도주의 단체로, 혹은 화려한 복음주의 운동으로 자신을 내세울 때, 교회는 세상을 속이고 오류를 범합니다. 교회는 빛날지 몰라도, 하느님의 사랑의 불꽃으로 타오르지는 않습니다.”
날카롭고 비극적인 판단이다. 교회는 예수님의 십자가에 충분히 가까이 있지 않을 때, 세속화되어 단순한 NGO로 전락할 때, 정치·경제적 권력을 추구할 때, 숫자에 의존할 때, 복음 전파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되뇌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할 때, 삶의 구체성, 선택의 급진성, 그리고 가장 작은 것에 대한 헌신 속에서 그분을 따르는 도전을 받아들이지 않을 때, 교회는 생명을 잃는다. 교회는 신앙 선포를 과시로 전락시킬 때, 타인의 빛을 반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자신의 빛으로만 빛날 수 있다고 생각할 때 교회는 생명을 잃는다.
오늘날의 자기중심적인 영웅주의와는 거리가 먼 알제리 순교자들의 증거는 복음의 본질, 곧 모순의 징조에 대한 도전이자 상기의 계기를 제공한다. 교황이 메시지 말미에 프란치스코 교황과 그의 가르침을 다음과 같이 상기시킨 것은 의미심장하다. “가난한 이들에 위한 선택은 문화적, 사회적, 정치적, 철학적 범주이기 전에 신학적 범주입니다.” 왜냐하면 하느님께서는 “비천하고 보잘것없고 힘없는 이들을 선택하시고,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태중에서부터 그들 중 하나가 되셔서, 당신 자신의 역사, 곧 우리 역사 안에 당신의 역사를 쓰셨습니다. 따라서 진정한 현실주의는 다른 관점을 가진 이들, 가장 중요한 결정이 내려지는 권력의 중심에서 인식되지 않는 현실의 측면들을 보는 이들을 포용하는 것입니다.” 이는 알제리 순교자들이 끝까지 그리스도인의 피를 수많은 근본주의 희생자인 무슬림들의 피와 함께 흘리며 증거했던 것과 같다.
번역 박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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