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년 역사의 여름 교황 관저, 카스텔 간돌포의 숨겨진 이야기
Paolo Ondarza
1626년 5월 10일, 우르바노 8세 교황이 카스텔 간돌포에 첫발을 내디디면서 이곳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됐다. 로마에서 25킬로미터 떨어진 라치오 지역의 이 고요한 마을은 그날 이후 사백 년 가까이 여름철마다 베드로의 후계자들을 맞이해 왔다.
올해 레오 14세 교황 역시 7월 6일부터 20일까지, 그리고 8월 15일부터 17일까지 이곳에서 휴식의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고대 로마의 유산 위에 꽃핀 공간
카스텔 간돌포의 교황 별장은 고대 로마 황제 도미티아누스(재위 81-96년)의 별장 ‘알바눔 도미티아니’ 터 위에 자리하고 있다.
중세 시대, 간돌피 가문이 이 유서 깊은 터에 성을 축조했고, 이후 사벨리 가문이 1596년까지 소유권을 이어갔다.
1604년, 사벨리 가문의 재정난으로 교황청이 이 귀중한 땅을 매입하게 됐고, 카스텔 간돌포는 마침내 교회의 품으로 들어와 새로운 사명을 준비하게 됐다.
여름 교황 관저의 역사
고대 별장은 우르바노 8세 교황의 명에 따라 여름 별장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수세기에 걸쳐 교황들이 이 관저를 확장하고 가꿔나갔다. 알렉산데르 7세 교황은 베르니니의 도움을 받았고, 클레멘스 14세 교황은 인근의 치보 집을 매입했으며, 바오로 5세 교황은 배수도교를 복원했다. 이 관저는 1870년 교황령 몰락 이후 약 60년간 방치됐다.
정원과 바티칸 천문대
1929년 교황청과 이탈리아 간 라테라노 조약 체결로 카스텔 간돌포는 교황의 여름 관저 기능을 되찾았다. 대규모 복원 작업이 이뤄졌다. 세 개의 주요 정원인 ‘모로의 정원’, 치보 별장, 바르베리니 궁 사이를 연결하는 통로가 조성됐다. 1934년에는 로마 인근의 빛 공해로 천문 관측이 어려워지자 바티칸 천문대가 이곳으로 이전했고, 예수회 신부들이 운영을 맡게 됐다.
레오 14세 교황을 기다리는 마을
카스텔 간돌포에 마지막으로 머문 교황은 베네딕토 16세였다. 그는 2013년 사임 후 바티칸의 ‘교회의 어머니’ 수도원으로 거처를 옮기기 전 몇 주간 이곳에서 지냈다.
이제 수세기 동안 베드로의 후계자를 섬겨온 카스텔 간돌포 주민들이 올여름 이곳에서 시간을 보낼 레오 14세 교황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교황으로 선출된 이후 레오 14세는 이미 두 차례 이곳을 찾았다. 5월 29일 ‘찬미받으소서 마을’과 사도궁을 둘러봤고, 7월 3일에는 휴가 기간 거처가 될 바르베리니 궁의 공사 진행 상황을 점검했다.
이에 따라 건물 1층에 자리한 안티콰리움은 일반 공개를 중단한다. 이 공간에는 1841년부터 1931년 사이 발굴된 고고학 유물들이 보관돼 있으며, 2016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관저를 일반에 개방한 후 박물관 전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
프란치스코 교황은 숙박하지 않고 카스텔 간돌포를 세 차례 방문했다. 첫 방문은 2013년 3월 23일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머물던 때였다. 2023년 2월에는 치보 별장을 포함한 교황 별장 정원 일부에 ‘찬미받으소서 마을’을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이 공간은 온전한 발전을 촉진하고 환경을 보호하는 교육 및 사회 활동을 위해 마련됐다.
레오 14세 교황이 머물 곳은
교황은 전임자들과 달리 사도궁이 아닌 바르베리니 궁에 머물 예정이다. 바르베리니 궁은 지금까지 넓은 부지로 인해 주로 공원으로 사용돼 왔다. 이곳은 원래 17세기 시피오네 비스콘티가 당시 “몸페키오”라 불리던 지역에 지은 작은 궁전이었다. 1630년 우르바노 8세 교황의 조카 타데오 바르베리니가 이 궁을 매입했다. 그는 정원에 올리브 밭, 과수원, 생울타리, 돌로 포장한 산책로를 추가했다.
일반에 개방되는 박물관 단지
레오 14세 교황이 머무는 동안에도 박물관 방문은 계속된다. 다만 교황의 공개 행사와 특히 신자들이 인근 리베르타 광장(자유 광장)에 모이는 삼종기도가 있는 주일에는 일부 일정이 조정될 수 있다.
관람객들은 “모로의 정원”, 비밀 정원 외에도 평소 개방되지 않는 공간을 둘러보는 특별 투어에 참여할 수 있다. 이 투어에서는 교황들의 사적인 삶을 엿볼 수 있는 우르바노 8세 교황의 작은 경당부터 당구실, 음악실까지 다양한 공간을 만날 수 있다. 다만 레오 14세 교황이 머무는 동안 바티칸 천문대는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다.
관람 가능한 공간들
박물관 단지의 중심은 사도궁이다. 입장권은 현장 매표소나 바티칸 박물관 공식 누리집에서 구매할 수 있다. 입장권으로 사도궁 내 여러 공간에 들어갈 수 있다. 1층 회랑에는 1500년대부터 현재까지 모든 교황들의 초상화가 걸려 있고, 2층에는 과거 교황들이 거주했던 방들이 있다. 이곳에는 추기경 회의실, 왕좌의 방, 스위스 방, 침실, 개인 경당, 도서관, 서재 등이 있다. 이들 공간은 과거 교황의 가장 가까운 협력자들만 출입할 수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피난처
박물관 단지에는 역사적 소장품과 2024년 2월 개관한 새로운 전시 공간도 포함돼 있다. 현재 입장권에는 세 가지 전시가 포함되어 있다. “벨리니와 소도마: 그리스도의 수난”, 라파엘로의 태피스트리 “성 스테파노의 순교”에 관한 전시, 그리고 “카스텔 간돌포 1944” 전시다. 마지막 전시는 제2차 세계대전 중 폭격을 피해 온 1만2000명 이상의 이재민을 수용했던 몇 달간의 역사를 기념한다. 당시 비오 12세 교황(에우제니오 파첼리)의 명령과 이곳의 치외법권적 지위 덕분에 교황 별장은 피란민들에게 안전한 피난처 역할을 했다. 특히 약 40명의 아이들이 교황의 침대에서 태어났다. 이 가운데 첫 번째로 태어난 쌍둥이는 교황을 기리며 각각 에우제니오 피오와 피오 에우제니오라는 이름을 받았다.
번역 고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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