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롤린 추기경, 미디어의 “영적 질병” 경계… “절제된 표현으로 소통하십시오”
Lorena Leonardi
“언론은 목소리와 글, 이미지로 복음을 전하도록 부름받았지만, 다른 이의 근본 가치를 존중하면서 적절하고 절제된 방식으로 소통해야 합니다. 신중함과 관용, 식별력을 갖추는 것이 특히 중요합니다.” 교황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이 성 토마스 아퀴나스 기념일인 지난 1월 28일,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가톨릭 기관 홍보담당자 국제회의 참가자들을 위한 미사를 집전하며 이것이 바로 언론이 지녀야 할 책임 있는 자세라고 말했다. 커뮤니케이션 분야의 희년(1월 24-26일)을 맞아 개최된 이번 국제회의는 1월 29일 막을 내린다.
이날 성 베드로 대성전 성 베드로 사도좌 제대에서 거행된 미사에는 사회홍보위원회 담당 주교들, 각 주교회의와 수도회의 홍보 책임자 및 담당자 등 200여 명이 참례했다. 파롤린 추기경은 강론을 통해 이날 복음 말씀, 곧 예수님께서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에게 말씀하신 내용을 바탕으로 오늘날 만연한 여러 “영적 질병”의 증상과 그에 대한 “치료제”를 함께 모색해 나갔다. 파롤린 추기경은 예수님께서 복음서에서 언급하신 위선을 거론하며 “우리 마음도 위선이라는 질병에 감염될 수 있음을 겸손히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이를 지배하려는 유혹
첫 번째로 파롤린 추기경은 ‘스승이 되려는 유혹’을 경계했다. 파롤린 추기경은 예수님께서 “너희는 스승이라 불리지 않도록 하라”고 말씀하신 대목을 강조했다. “제자들을 두고 싶어하고 스승이라 불리고 싶어하는 마음을 품은 사람은 비록 겉으로는 선의로 포장돼 있을지라도 다른 이를 지배하려는 욕망이 내면에 숨어있습니다. 이를 경계해야 합니다.” 파롤린 추기경은 이러한 욕망이 특히 대중매체와 소셜 미디어 환경에서 일하는 이들에게 “항상 도사리고 있는 위험”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주류 언론의 추종자”가 되길 거부할 때조차 우리는 종종 언론을 통해 “자기애적 방식”으로 자신을 과시하고 스스로를 스승의 위치에 올려놓으려 한다고 덧붙였다. 파롤린 추기경은 이에 대한 “치료제”로 “오직 한 분이신 스승, 곧 우리를 온전한 진리로 인도하시는 내적 스승이신 성령”을 기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우리는 모두 하느님의 자녀입니다
두 번째로 파롤린 추기경은 ‘아버지라 불리려는 욕심’을 경계했다. 복음은 “이 세상 누구에게도 아버지라고 불리지 마라”고 말한다. 파롤린 추기경은 “우리는 모두 자녀”라며 “깊이 생각해보면 우리의 부모들도 한때는 자녀였다”고 성찰했다. 이어 여기서 자녀란 “자신의 근원이 자신에게 있지 않다는 것을 인식할 줄 아는 사람”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의미에서 파롤린 추기경은 우리를 “자녀”로 만드는 것이 세례성사라고 말했다. “세례성사는 우리를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의 신비 속에 잠기게 합니다. 이를 통해 죽음에서 생명으로, 자연적 생명에서 하느님의 자녀로서 살아가는 삶으로 건너가게 됩니다.” 파롤린 추기경은 이렇게 자녀가 됨으로써 우리는 모두 형제자매가 된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주어진 현실을 진실되게 밝힐 뿐만 아니라 서로를 형제자매로 인정하며 하느님의 아버지다운 마음과 우리의 자녀다운 마음의 신비를 간직하도록 부름받게 됩니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일터
세 번째로 파롤린 추기경은 ‘지도자가 되려는 욕망’을 지적했다. 복음은 “너희는 인도자라 불리지 마라”고 말한다. 이러한 영적 질병의 치료제는 오직 예수님만이 “양들을 우리 밖으로 이끌어내시어 자유의 땅으로 인도하시는 인도자이자 목자”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파롤린 추기경은 목자로서 하는 행동과 인도자로서 하는 행동이 서로 모순되어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목자이신 예수님께서는 처음에 양들이 흩어질 위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우리에서 내보내어 자유롭게 풀을 뜯게 하시고, 이어 겉보기에 모순되게도 다른 우리의 양들과 하나가 되게 하십니다.” 파롤린 추기경은 예수님께서 “모든 울타리를 허물어 자유로운 초원에서 하나의 양떼를 이루신 것처럼 여러분도 함께 일하는 모든 이에게 자유와 창의성의 문을 활짝 열어 달라”고 권고했다.
커뮤니케이션의 초원에서 목자의 목소리를 알아듣기
파롤린 추기경은 “모두가 하느님 아버지의 자녀이며 서로가 형제자매”라는 본질을 망각한 채 저마다 지도자로 인정받으려 할 때 “새로움을 겁내고 모든 것과 모든 이를 통제하려는 병폐에 빠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안에서 지나치게 자주 자신의 고유 권한이라 여기는 영역을 방어하는 데만 급급한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교회라는 초원에서든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는 초원에서든 예수님께서는 모든 이가 목자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길 잃을 걱정 없이 자유롭게 살아가길 바라십니다.”
성령의 이끄심에 내어 맡기십시오
파롤린 추기경은 “누구든 스스로를 스승이나 아버지, 또는 지도자로 자처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러분이 커뮤니케이션 세계에서 맡은 직무와 책임을 성령께서 이끌어주시도록 맡겨드려야 합니다.” 아울러 각자에게 맡겨진 “고유하고 구체적인 소명”을 제시했다. “언론 및 홍보에 종사하는 여러분 공동체가 역사 속에서 날로 성장하고 성숙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십시오. 여러분이 전하는 글과 이미지를 통해 날마다 우리를 당신의 자녀로 새로 나게 하시는 하느님 아버지의 주권이 온전히 드러나게 하십시오.”
번역 이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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