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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08 Santa Messa nella Solennità di Pentecoste, per il Giubileo dei Movimenti, delle Associazioni e delle Nuove Comunità 2025.06.08 Santa Messa nella Solennità di Pentecoste, per il Giubileo dei Movimenti, delle Associazioni e delle Nuove Comunità   (@Vatican Media)

[미사강론] “성령께서 편견과 증오를 녹이시어 평화의 길을 열어주십니다”

레오 14세 교황이 6월 8일 성령 강림 대축일에 ‘교회 운동 단체들, 자선 단체들, 신설 공동체들의 희년’ 행사를 마무리하는 미사를 거행했다. 강론에서 교황은 위로자 성령께서 “우리 안”, “우리 관계”, “민족들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개인주의에 맞서며, 타인을 지배하려는 의지와 폭력으로 이어지는 태도를 변화시켜 형제애를 이루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교황은 특히 최근 발생하는 여성 살해 사건을 언급하며 성령께서 무관심의 장벽을 허물고 우리를 형제애로 이끈다고 강조했다.

성령 강림 대축일 미사

교회 운동 단체들, 자선 단체들, 신설 공동체들의 희년

레오 14세 교황의 강론

성 베드로 광장, 2025년 6월 8일 주일

 

 

형제자매 여러분,

 

“부활하신 후 하늘로 오르시어 영광을 받으신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성령을 보내주신 기쁜 날이 우리에게 밝아왔습니다”(아우구스티노, 「설교집」 271,1). 그리고 오늘도 다락방에서 일어났던 그 일이 되살아납니다. 성령의 은사가 우리를 뒤흔드는 거센 바람으로, 우리를 깨우는 우렁찬 소리로, 우리를 밝혀주는 불꽃으로 우리에게 내려오시는 것입니다(사도 2,1-11 참조).

제1독서에서 들었듯이, 성령께서는 사도들의 삶에 놀라운 일을 이루십니다. 그들은 예수님의 죽음 이후 두려움과 슬픔에 잠겨 문을 걸어 잠그고 있었지만, 이제 마침내 일어난 사건들을 깨닫고 부활하신 주님의 현존을 깊이 체험하게 하는 새로운 눈과 마음의 지혜를 받았습니다. 성령께서는 그들의 두려움을 몰아내시고 마음의 족쇄를 끊어주시며 상처를 아물게 하시고, 그들에게 힘을 기름 붓듯 부어주시며 모든 이에게 나아가 하느님의 위대한 일들을 선포할 용기를 주십니다.

사도행전을 보면, 그 당시 예루살렘에는 온 세상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 몰려 있었지만 “저마다 자기 지방 말로 듣게 되었다”(사도 2,6 참조)고 합니다. 그러니 오순절에 ‘다락방의 문들이 활짝 열리는’ 것입니다. ‘성령께서 경계들을 열어젖히시기’ 때문입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습니다. “성령께서는 깨달음을 주십니다. 바벨탑에서 시작된 분열, 곧 서로를 원수로 만드는 마음의 혼란을 굴복시키시고 경계들을 허무십니다. (…) 교회는 언제나 본래의 모습으로 다시금 돌아가야 합니다. 곧 민족들 사이의 국경을 열고 계층과 인종 사이의 장벽을 허물어야 합니다. 교회 안에서는 그 아무도 버림받거나 멸시당할 수 없습니다. 교회 안에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자유로운 형제자매들만이 있을 뿐입니다”(성령 강림 대축일 강론, 2005년 5월 15일).

바로 이것이 성령 강림 대축일의 중요한 이미지입니다. 이에 대해 여러분과 함께 잠시 묵상해보고자 합니다.

‘성령께서는 무엇보다 먼저 우리 안의 경계들을 열어주십니다.’ 이는 우리의 삶을 사랑의 넓은 들판으로 활짝 열어젖혀주시는 하늘의 선물입니다. 이러한 주님의 따스한 현존은 우리의 완고한 고집과 움츠린 마음, 이기적인 마음, 우리를 짓누르는 두려움들, 오직 자기 자신만을 위해 도는 자기 사랑의 덫을 차례로 녹여 흘려보내십니다. 성령께서는 우리 안에서 홀로 살려 하다가 메말라가는 삶의 위험에 맞서시려 오십니다. 사람들과 어울릴 길이 그 어느 때보다 넓어진 이 세상에서, 아이러니하게도 더욱 깊은 외로움에 빠지고, 늘 무엇인가와 이어져 있으면서도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진짜 만남은 잃어버리고, 늘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에 있으면서도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홀로된 나그네가 되어가는 위험 말입니다. 이런 우리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참으로 가슴 아픈 일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성령께서는 우리로 하여금 삶을 바라보고 걸어가는 전혀 다른 새 길을 찾아내게 하십니다. 우리가 세상 앞에서 쓰고 다니는 온갖 가면들 뒤편에서 진정한 나 자신과 마주하도록 눈을 뜨게 해주십니다. 주님과의 깊은 만남 속으로 우리를 이끌어주시고 당신의 기쁨이 무엇인지 온몸으로 느끼도록 가르쳐주십니다. 예수님께서 방금 전 말씀해주신 바와 같이, 우리가 사랑 안에 뿌리내리고 머물러 있을 때에만 그분의 말씀을 지키며 그 말씀의 능력으로 새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깊은 확신을 심어주십니다. 우리의 삶터가 찾아오는 이들을 따뜻하게 맞아들이는 포근한 쉼터가 되도록 우리 마음의 모든 장벽들을 활짝 열어젖혀주십니다.

더 나아가 ‘성령께서는 우리가 다른 이들과 맺는 관계에서도 그 장벽들을 허물어주십니다.’ 사실 예수님께서는 이 은사가 우리 안에 거처를 마련하시려 오시는 아버지와 아들의 사랑 자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이 사랑이 우리 가운데 자리를 잡고 머무실 때, 우리는 형제자매들에게 마음 문을 활짝 열고 고집스러운 태도를 내려놓으며, 우리와 다른 이들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고 우리 안에서 일렁이는 온갖 감정들을 올바른 길로 이끌어갈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성령께서는 오해와 편견, 이용하려는 마음과 같이 우리의 관계를 병들게 하는 가장 깊숙이 숨어 있는 독까지도 깨끗하게 씻어내십니다. 저는 무척 가슴 아프게도 다른 사람을 자기 뜻대로 휘두르려는 욕망, 그리고 안타깝게도 요즘 끊이지 않는 여성 살해 사건들이 적나라하게 보여주듯 너무나 자주 폭력으로 치닫는 그런 마음가짐 때문에 관계가 망가져버리는 일까지도 생각하게 됩니다.

한편 성령께서는 참되고 아름다운 관계를 살아내도록 도와주는 열매들이 우리 안에서 익어가게 하십니다. “성령의 열매는 사랑, 기쁨, 평화, 인내, 호의, 선의, 성실, 온유, 절제입니다”(갈라 5,22-23). 이렇게 성령께서는 우리가 다른 이들과 나누는 관계의 울타리를 넓혀주시고 형제애의 기쁨 속으로 우리를 이끌어주십니다. 이는 교회를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잣대이기도 합니다. 우리 사이를 가로막는 장벽도 갈라놓는 틈도 없이, 교회 안에서 저마다 다른 모습들을 아름답게 하나로 엮어내며 서로 마음을 나누고 받아들일 줄 알 때, 그리고 교회가 찾아오는 모든 이를 따뜻하게 품어주는 포근한 집이 될 때, 그때야 비로소 우리는 참으로 부활하신 주님의 교회가 되고 오순절의 제자들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성령께서는 민족들 사이의 국경도 활짝 열어젖혀주십니다.’ 오순절에 사도들은 온 세상 곳곳에서 몰려온 이들의 말로 이야기했고, 바벨탑에서 시작된 그 혼란이 마침내 성령께서 일으켜주신 아름다운 화합 속에서 가라앉았습니다. 성령의 거룩한 숨결이 우리의 마음들을 하나로 모아주시고 다른 사람에게서 형제자매의 얼굴을 알아보게 하실 때, 서로 다른 점들은 더 이상 갈라서고 싸우는 까닭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길어 올릴 수 있는 소중한 보물이 되어, 우리 모두를 형제애의 길에서 나란히 걷게 만듭니다.

성령께서는 경계들을 허물어뜨리시고 무관심과 미움의 높은 장벽들을 무너뜨리십니다. 성령께서 “모든 것을 가르치시고”, “예수님이 말한 모든 것을 기억하게 해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요한 14,26 참조). 그러므로 무엇보다 먼저 가르쳐주시고 되새기게 해주시며, 주님께서 모든 가르침의 한복판이자 가장 높은 자리에 두신 사랑의 계명을 우리 마음 깊이 새겨주십니다. 사랑이 자리한 곳에는 편견이 발붙일 곳이 없고, 우리를 이웃에게서 멀어지게 만드는 안전거리도 없으며, 안타깝게도 정치적 민족주의에서까지 고개를 드는 것을 볼 수 있는 남을 밀어내는 논리가 들어설 자리도 없습니다.

성령 강림 대축일 미사를 봉헌하시면서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오늘날 이 세상에는 불화와 분열이 너무도 많습니다. 우리는 서로 이어져 있지만, 그와 동시에 무관심으로 감각을 잃고 외로움에 짓눌리는 바람에 서로 동떨어져 있기도 합니다”(성령 강림 대축일 미사 강론, 2023년 5월 28일). 그리고 우리가 사는 이 땅을 뒤흔들고 있는 전쟁들이야말로 이 모든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비극적인 표징입니다. 사랑과 평화의 성령께 간절히 청합시다. 경계들을 열어주시고 장벽들을 허물어주시며 미움을 걷어주시고, 우리가 하늘에 계신 한 분이신 아버지의 자녀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형제자매 여러분,

성령 강림 대축일이야말로 교회를 새롭게 하고 세상을 새롭게 하는 날입니다! 성령의 힘찬 바람이 우리 위에, 우리 안에 불어와 마음의 모든 장벽들을 허물어주시고, 하느님을 만나는 은총을 내려주시며, 사랑의 지평을 한없이 넓혀주시고, 평화가 다스리는 세상을 일구어가려는 우리의 손길을 든든히 받쳐주시길 빕니다.

오순절의 여인이시며 성령의 방문을 받으신 동정녀이시며, 은총이 가득하신 어머니이신 지극히 거룩하신 성모님, 저희와 함께 걸어주시고 저희를 위해 빌어주소서.

번역 이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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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6월 2025, 1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