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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 Papa, per servire la Santa Sede cercare di essere santi Il Papa, per servire la Santa Sede cercare di essere santi  (ANSA)

[미사강론] “교회의 풍요로움은 십자가에 달려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겉모습에 지나지 않습니다”

마리아의 모성은 십자가에서 생겨났다. 교회의 풍요로움, 교회를 이끄는 베드로좌의 거룩함도 십자가 없이 생각할 수 없다. 레오 14세 교황이 6월 9일 교회의 어머니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에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교황청 희년 미사를 집전하며 이 같은 주제로 강론했다. 이 미사에는 5000여명의 신자들이 참례했다. 교황은 강론을 통해 교회를 섬기는 가장 좋은 방법이 “우리 각자 자신의 신분과 자신이 맡은 책임에 따라 성인이 되는 것”이라고 일깨웠다.

성좌의 희년

레오 14세 교황의 강론
성 베드로 대성전
교회의 어머니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 – 2025년 6월 9일 월요일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 우리는 교회의 어머니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에 성좌의 희년 행사를 지내는 기쁨과 은총을 누리고 있습니다. 이처럼 뜻깊은 날들이 겹친 것은 성령께서 주시는 빛과 내적 영감의 원천이 됩니다. 어제 성령 강림 대축일에 하느님의 백성은 성령을 풍성하게 받았습니다. 이러한 영적 기운 속에서 우리는 오늘 특별한 하루를 맞이했습니다. 오전에는 바오로 6세 홀에서 성좌 희년에 관한 묵상을 들었고, 이제 이 자리에서 말씀과 성찬의 식탁 앞에 모였습니다.

오늘 전례의 하느님 말씀은 성령께서 영감으로 기록하신 두 성경 장면을 통해 교회의 신비와 교회 안에서 성좌가 지니는 의미를 깨우쳐 줍니다. 사도행전(1,12-14)과 요한 복음(19,25-34)이 바로 그 장면들입니다.

먼저 예수님의 죽음을 그린 근본적인 장면부터 살펴봅시다. 요한은 열두 제자 중 유일하게 갈바리아에서의 주님 수난에 함께했습니다. 그는 십자가 곁에 다른 여인들과 함께 서 계신 예수님의 어머니를 직접 보았고 이를 증언했습니다(25절 참조). 또한 스승님의 마지막 말씀을 자신의 귀로 들었습니다. 그 말씀 중에는 이런 것이 있었습니다. “여인이시여,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이어서 그 제자에게는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 하고 말씀하셨습니다(26-27절 참조).

십자가의 신비를 통해 마리아의 모성은 상상할 수 없는 변화를 맞았습니다. 예수님의 어머니께서 새 하와가 되신 것입니다. 성자께서 당신의 구원을 향한 죽음에 성모님을 함께 참여시키셨기 때문입니다. 그 죽음은 이 세상에 태어나는 모든 사람에게 새롭고 영원한 생명의 샘이 됩니다. 오늘 “본기도”는 ‘풍요로움’이라는 주제를 잘 드러냅니다. 본기도에서 우리는 자비로우신 아버지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유지되는 교회가 “성령 안에서 나날이 풍요로워지게” 해달라고 청했습니다.

교회의 풍요로움은 곧 마리아의 풍요로움입니다. 교회 구성원들이 성모님께서 사셨던 삶, 곧 예수님의 사랑에 따라 사랑하는 삶을 각자 나름대로 되살릴 때 그 풍요로움이 실현됩니다. 교회와 성좌의 모든 풍요로움은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달려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교회는 겉모습에 지나지 않고, 더 나쁜 상태가 됩니다. 위대한 현대 신학자 한 분은 이렇게 썼습니다. “교회가 십자가라는 작은 겨자씨에서 자라난 나무라면, 이 나무는 다시 겨자씨를 맺어야 합니다. 따라서 그 열매들도 십자가의 모양을 닮게 됩니다. 십자가 덕분에 그 열매들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한스 우르스 폰 발타사르, 『코르둘라, 또는 교회의 진지한 현실』, 브레시아 1969년, 45-46쪽).

본기도에서 우리는 또한 교회가 “자녀들의 성덕으로 기뻐하게” 해달라고 청했습니다. 실제로 마리아와 교회의 이 풍요로움은 그 거룩함, 곧 그리스도와 하나 되는 것과 떼어낼 수 없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성좌는 그 근원적 핵심에서나 본질적 구조에서나 교회가 거룩한 것처럼 거룩합니다. 이처럼 사도좌는 그 뿌리의 거룩함을 지키는 동시에 그 거룩함의 보호를 받습니다. 하지만 성좌는 또한 구성원 각자의 거룩함 속에서도 살아갑니다. 그러므로 성좌를 섬기는 가장 좋은 길은 우리 각자가 자신의 신분과 맡은 사명에 따라 성인이 되려고 애쓰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봅시다. 어떤 사제가 자신의 직무 때문에 개인적으로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있지만, 매일 사무실에 나가서 사랑과 믿음으로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한다면, 이 사제는 교회의 풍요로움에 참여하고 이바지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집에서 어려운 상황을 살아가며 걱정스러운 자녀나 아픈 부모를 돌보면서도 성실히 자신의 일을 해나가는 가정의 아버지나 어머니가 있다면, 그들은 마리아의 풍요로움과 교회의 풍요로움으로 풍성한 열매를 맺습니다.

이제 성 루카가 사도행전 첫 부분에 그린 두 번째 장면을 살펴봅시다. 다락방에서 사도들과 제자들과 함께 계신 예수님의 어머니를 묘사한 장면입니다(1,12-14 참조). 이 장면은 막 태어나는 교회를 향한 마리아의 모성을 보여줍니다. 모든 시대와 장소에서 현재적 의미를 지니는 “원형적” 모성입니다. 무엇보다 이 모성은 언제나 파스카 신비의 열매이며, 십자가에 못 박히시고 부활하신 주님께서 주시는 선물의 열매입니다.

초대 공동체에 힘차게 내려온 성령은 예수님께서 마지막 숨을 거두실 때 넘겨주신 바로 그 성령입니다(요한 19,30 참조). 이 성경 장면은 첫 번째 장면과 떼어낼 수 없습니다. 교회의 풍요로움은 언제나 창에 찔리신 예수님의 성심에서 피와 물과 함께 흘러나온 은총과 이어져 있습니다. 이 피와 물은 성사들을 상징합니다(요한 19,34 참조).

다락방에서 마리아는 십자가 곁에서 받은 모성적 사명 덕분에 막 태어나는 공동체를 섬기셨습니다. 성모님은 예수님에 대한 살아있는 기억이시며, 그런 분이신 만큼 말하자면 차이들을 조화롭게 아우르시고 제자들의 기도가 한마음이 되게 하시는 중심축이 되십니다.

이 본문에서도 사도들의 이름이 한 명씩 열거되는데, 언제나 그렇듯이 첫 번째는 베드로입니다(사도 1,13절 참조). 하지만 베드로 자신도, 아니 그가 제일 먼저 자신의 직무 수행에서 마리아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와 같이 어머니인 교회는 마리아의 카리스마로 베드로 후계자들의 직무를 뒷받침합니다. 성좌 마리아 영성과 베드로 영성이라는 두 축이 어우러지는 매우 독특한 방식으로 살아갑니다. 그리고 마리아 영성이 그리스도와 성령의 선물인 자신의 ‘모성’을 통해 베드로 영성의 ‘풍요로움’과 ‘거룩함’을 보장합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의 발걸음을 비추는 등불이신 하느님 말씀을 통해 하느님을 찬미합시다. 이 말씀은 성좌에서 봉사하는 우리의 일상생활도 밝혀줍니다. 이 하느님 말씀의 빛을 받아 우리의 기도를 새롭게 바칩시다. “자비로우신 아버지 하느님, 십자가에 못 박히신 외아드님을 낳으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를 저희에게 어머니로 주셨으니 사랑이 넘치는 마리아의 협력으로 나날이 풍요로워지는 하느님의 교회가 자녀들의 성덕으로 기뻐하며 모든 백성을 품 안에 모으게 하소서”(본기도). 아멘.

번역 이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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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6월 2025, 14: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