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14세 교황, 복자 율리우 호쑤 추기경을 희망의 예언자로 기리다
Linda Bordoni
루마니아의 그리스-가톨릭 클루지-게를라 교구장이었으며 신앙을 위해 순교한 복자 율리우 호쑤 추기경을 기리는 기념식을 직접 주재한 레오 14세 교황은 복자가 보여준 종교 간 화합과 용서의 정신을 높이 평가하며, 신자들에게 그의 희망과 용기, 자비로운 마음을 본받아 살아가라고 당부했다.
지난 6월 2일 오후 시스티나 경당에서 거행된 이 뜻깊은 기념식은 고(故) 프란치스코 교황의 루마니아 사도 순방 5주년을 맞아 마련됐다. 당시 교황은 블라지 자유 광장에서 율리우 호쑤 추기경을 포함한 7명의 그리스-가톨릭 주교들의 시복식을 거행했다. 이번 호쑤 추기경 기념식은 루마니아 유다인 공동체 연맹이 간절히 요청해 1년 전 고(故) 프란치스코 교황과 약속한 대로 열린 것이다.
레오 14세 교황은 호쑤 추기경을 언급하며 “오늘 그분의 영혼이 이 거룩한 성당 안에 함께하고 계신다”고 말했다. 호쑤 추기경은 1969년 성 바오로 6세 교황에 의해 루마니아 공산당 정권의 감옥에 갇혀 있을 때 ‘인 펙토레’(in pectore) 추기경으로 임명됐다. 교황은 혹독한 탄압과 고문 속에서도 로마 가톨릭 교회에 대한 충성을 포기하지 않았던 이 거룩한 목자의 불굴의 의지와 일관된 신앙을 깊이 회상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루마니아 그리스-가톨릭 교회 대표들과 정부 관계자들, 그리고 루마니아 유다인 공동체 연맹의 실비우 벡슬러 회장이 참석했다. 이들 앞에서 교황은 호쑤 추기경이 남긴 유산을 가리켜 “민족과 종교의 장벽을 허물고 하나가 되게 하는 형제애의 살아있는 증거”라고 말했다.
억압받는 이들을 지켜낸 수호자
교황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호쑤 추기경의 “국제 의인” 칭호 수여 과정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이 칭호 수여는 1940년부터 1944년까지 나치가 점령한 암울한 시기에 북부 트란실바니아 지역에서 유다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그가 보여준 목숨을 건 영웅적 행동에 바탕을 둔 것이다.
레오 14세 교황은 “복자 호쑤 추기경은 자신의 목숨은 물론 그리스-가톨릭 교회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 있음을 알면서도, 유다인들이 강제로 끌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싸웠다”며 그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렸다.
교황은 1944년 4월 2일 호쑤 추기경이 발표한 사목 서한의 간절한 호소를 직접 인용했다.
“저는 여러분 모두에게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유다인들을 단순히 마음으로만 동정하지 마시고, 여러분의 것을 기꺼이 나누며 실제로 도와주십시오. 하느님의 뜨거운 사랑에서 우러나온 그리스도인다운 마음과 루마니아인다운 정의감으로 그들을 돕는 것보다 더 아름답고 숭고한 일은 이 세상에 없습니다.”
또한 전 수석 랍비 모셰 카르밀리-바인베르거가 남긴 생생한 증언도 함께 소개됐다. 이 증언은 호쑤 추기경의 용감한 개입이 실제로 수천 명의 유다인들의 목숨을 구해냈다는 사실을 생생히 증명하고 있다.
용서의 힘으로 뿌리내린 신앙
교황은 호쑤 추기경을 “진정한 대화의 사람이며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게 하는 예언자”라고 찬양했다. 2019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그를 시복한 것은 그가 참된 순교자이며 모든 그리스도인이 본받아야 할 덕행의 산 증인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교황은 복자 호쑤 추기경이 감옥에서 남긴 깊은 깨달음의 말을 인용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이 깊고 어두운 고통의 터널 속으로 보내셨습니다. 그것은 우리로 하여금 원수까지도 용서하게 하시고, 우리를 괴롭히는 모든 사람들이 하느님께 돌아오기를 위해 기도하게 하려는 뜻입니다.”
교황은 이어 “이 말씀 속에는 진정한 순교자의 영혼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며 “그것은 미움이 전혀 없이 하느님만을 향한 흔들림 없는 신앙”이라고 말했다.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들조차 사랑으로 품어 안는 하느님의 자비가 흘러넘치는 신앙입니다.”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주는 교훈
레오 14세 교황은 호쑤 추기경의 삶이 보여준 모범과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비그리스도교와의 관계에 관한 선언 『우리 시대』(Nostra Aetate)의 가르침 사이의 깊은 연관성을 강조했다. 성 바오로 6세 교황이 작성한 이 역사적인 선언은 가톨릭 교회와 다른 종교들이 어떻게 화해하고 협력해야 하는지를 제시한 것으로, 올해로 60주년을 맞는다.
교황은 “복자 호쑤 추기경이 루마니아의 유다인 형제들을 위해 목숨을 걸고 행한 그 숭고한 일들이 오늘날 우리에게는 참된 자유가 무엇인지, 진정한 용기가 무엇인지, 그리고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는 관대한 마음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는 살아있는 길잡이가 됐다”고 말했다.
교황은 신자들에게 복자 호쑤 추기경의 주교 모토였던 “우리의 신앙은 우리의 삶 그 자체”라는 신념을 각자의 마음 깊이 새기고 살아가라고 간곡히 당부했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폭력, 특히 약자들을 향한 폭력에 맞서 단호히 일어서라고 호소했다.
“모든 형태의 폭력에 우리는 분명하고 확고하게 ‘절대 안 됩니다!’라고 외쳐야 합니다. 특히 어린이들과 가정처럼 스스로를 지킬 힘이 없는 약한 이들을 괴롭히는 폭력에 대해서는 더욱 그래야 합니다.”
교황은 마지막으로 참석자 모두에게 하느님의 풍성한 축복을 전하며, 호쑤 추기경이 보여준 아름다운 삶의 모범이 “어둠 속에서 길을 잃은 오늘날 세상 사람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밝은 등대”가 되길 간절히 기원한다고 말했다.
번역 고계연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용시에는 출처를 밝혀주시고, 임의 편집/변형하지 마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