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P

2025.05.08 FOTOGALLERY HABEMUS PAPAM 2025.05.08 FOTOGALLERY HABEMUS PAPAM 

‘엑스트라 옴네스’부터 ‘하베무스 파팜’까지 교황 선출 과정의 주역 “라틴어”

교황 선출을 위한 선거권을 가진 추기경들의 시스티나 경당 입장에서부터 성 베드로 대성전의 강복의 발코니에서 새 교황 선출을 공식적으로 선포하기까지, 수세기 동안 교황 선출의 결정적인 순간들은 라틴어로 진행됐다. 하지만 “교황명” 선택에는 단일한 방식이 없다.

Fabio Colagrande

 

“사도좌 공석”(Sede Apostolica vacante) 기간 동안 교회를 다스리는 추기경단 전체회의에서는 동시통역 서비스가 제공되지만, 시스티나 경당에서는 콘클라베가 진행되는 동안 가톨릭 교회의 공식 언어인 라틴어가 주역으로 나선다. ‘엑스트라 옴네스’(Extra omnes, ‘외부인들은 전원 퇴장해주십시오’)에서 ‘하베무스 파팜’(Habemus Papam, ‘우리는 교황님을 모셨습니다’)에 이르기까지 모든 절차가 라틴어로 진행된다.

사도궁에서는 콘클라베 입장 의식 전체가 「콘클라베 예식서」(Ordo rituum conclavis)에 따른 정해진 라틴어로 진행된다. 교황 선거에 참여하는 선거인 추기경들이 콘클라베 시작을 위해 바티칸 사도궁 파올리나 경당에서 시스티나 경당으로 이동하는 동안 바치는 ‘모든 성인 호칭 기도’와 ‘오소서 성령님’ 성가, 각 선거인 추기경이 복음서에 손을 얹고 진행하는 비밀 엄수 서약, 외부인들에게 ‘열쇠로 잠근 방’을 따나라는 요청까지 모두 라틴어로 이뤄진다.

 

엑스트라 옴네스 Extra Omnes

바티칸 라틴 문서 사무국의 필경사 팀의 다비데 피라스 신부는 “이 용어들은 전통적으로 라틴어에서 유래돼 사용됐다”며 “교회 생활의 중요한 순간들을 정확하게 규정하고 정의하기 위해 수세기 동안 받아들여지고 보존돼 왔다”고 설명했다. 교황전례원장 디에고 라벨리 대주교가 5월 7일 오후 마지막 선거인 추기경의 서약이 끝난 후 ‘엑스트라 옴네스’(Extra omnes, ‘외부인들은 전원 퇴장해주십시오’)라고 외친 것은 교황 선거가 비밀리에 진행되므로 콘클라베 선거인에 해당하지 않는 외부인들에게 시스티나 경당을 떠나라는 “명령”이다. 피라스 신부는 “이 표현은 열쇠로 잠길 장소에서 퇴장하라고 권한이 없는 모든 사람에게 명령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엘리고 인 숨뭄 폰티피쳄 Eligo in Summum Pontificem…

교황령 「주님의 양 떼」(Universi Dominici Gregis)에 따르면, 시스티나 경당에서 사용되는 투표용지 상단에는 “엘리고 인 숨뭄 폰티피쳄”(Eligo in Summum Pontificem, ‘나는 교황으로 뽑는다’)이라는 라틴어 문구가 적혀 있어야 하며, 하단에는 피선자의 이름을 적는 공간이 있다. 개표 종료 후 세 명의 개표 추기경이 어떤 후보가 최소 3분의 2의 표를 얻었다고 확인하면, 교황의 정식 선출이 이뤄진다. 추기경단 수석 또는 서열과 연륜에 따른 첫 번째 추기경이 라틴어로 피선자의 동의를 구한다. “악셉타스네 엘렉티오넴 데 테 카노니체 팍탐 인 숨뭄 폰티피쳄?”(Acceptasne electionem de te canonice factam in Summum Pontificem?, ‘당신은 교회법적으로 이루어진 선거에서 교황으로 선출되었음을 수락합니까?’) 당선자의 동의를 받으면 즉시 “쿠오 노미네 비스 보카리?”(Quo nomine vis vocari?, ‘당신은 어떤 이름으로 불리기를 원합니까?’) 하고 묻는다. 이에 피선자는 자신이 선택한 “교황명”으로 응답한다.

 

“우리는 교황님을 모셨습니다 Habemus Papam!”

수석 부제 추기경(이번 콘클라베에서는 도미니크 맘베르티 추기경)이 「콘클라베 예식서」 제74항에 따라 성 베드로 대성전의 ‘강복의 발코니’에서 새 교황의 선출 사실과 새 교황의 이름을 발표한다. 이후 새 교황은 첫 강복 ‘로마와 전 세계에’(Urbi et Orbi) 축복을 내린다. 피라스 신부는 “새로운 교황이 탄생하였음을 알리는 ‘하베무스 파팜’(Habemus Papam) 라틴어 표현은 천사가 목동들에게 메시아의 탄생을 알리는 루카 복음서 2장에서 부분적으로 영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표현을 사용한 것은 확실히 1484년 이전부터 사용됐습니다. 그 해는 조반니 바티스타 치보 추기경이 교황으로 선출되어 인노첸시오 8세라는 교황명을 사용한 해이기도 합니다. 이 표현은 1417년 마르티노 5세 교황 선출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실제로 그보다 앞서 콘스탄츠 공의회와 관련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세 명의 대립 교황이 자신의 교황직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었죠. 당시 상황에서 이 표현은 ‘마침내 우리에게 한 명의, 오직 한 명의 교황이 탄생하셨다!’라는 의미도 담고 있었을 것입니다.”

“하베무스 파팜”
새 교황 선출을 알리는 라틴어 선언 전문은 우리말로 다음과 같다. “매우 기쁜 소식을 발표하겠습니다. 새로운 교황이 탄생하였습니다! 지극히 탁월하시고 공경하올 분, 거룩한 로마 교회의 추기경 [본래 이름]이십니다. 이분은 자신을 [교황명](으)로 명명하셨습니다.” 하지만 교황명을 발표할 때 사용하는 라틴어 격변화 방식은 단일하지 않다.

 

다양하지만 모두 옳은 방식

피라스 신부는 “지난 세기와 현 세기를 살펴보면, 교황명 발표 방식에 차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비오 12세, 바오로 6세, 프란치스코 교황의 경우에는 라틴어 ‘목적격’을 사용해 ‘피움’, ‘파울룸’, ‘프란치스쿰’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반면 요한 23세, 요한 바오로 1세와 2세, 베네딕토 16세 때는 수석 부제 추기경이 ‘동격적 소유격’을 써서 ‘요안니스’, ‘요안니스 파울리’, ‘베네딕티’라고 발표했습니다.” 그는 이 문법적 차이를 쉽게 설명했다. “설명적 소유격은 ‘~의’라는 의미로, 이름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할 때 사용합니다. 반면 목적격을 쓸 때는 ‘~를’이라는 의미로, 교황명을 발표할 때 ‘이름’을 나타내는 ‘노멘’과 같은 문법적 역할을 합니다. 더 오래전 역사를 보면, 19세기 레오 13세 교황과 비오 9세 교황 선출 때는 ‘레오’와 ‘피우스’처럼 주격(기본형)으로 발표했습니다. 이는 문장의 주어 ‘퀴’(qui, 그가)의 동격입니다. 이 세 가지 방식 모두 문법적으로 정확하지만, 일부 학자들은 문장의 흐름상 목적격이 더 자연스럽다고 생각합니다.”

 

섵ӈ

피라스 신부는 “교황명 뒤에 붙는 숫자는 보통 같은 이름을 사용한 이전 교황이 있을 때만 붙이는 것이 관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규칙에도 예외가 있었습니다. 비오 12세 교황명을 발표할 때 수석 부제 카밀로 카차 도미니오니 추기경은 ‘12세’라는 숫자를 생략했습니다. 반면 1978년에 페리클레 펠리치 추기경은 요한 바오로 1세 교황명을 발표할 때는 ‘프리미’(1세)라고 숫자를 붙였지만, 곧이어 선출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명 발표에서는 숫자를 생략했습니다.”

 

“보화” 같은 라틴어

이런 다양한 표현 방식들은 즉석에서 이뤄진 선택이지만, 신자와 비신자 모두의 기억에 남는 역사적 순간이 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언급했듯이, 라틴어는 단순한 “지식과 사상의 보물”을 넘어 그 장엄함과 아름다움으로 교회 생활의 중심에 서 있다. 특히 교황 선출 순간에 라틴어는 천년 전통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한다.

번역 김호열 신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용시에는 출처를 밝혀주시고, 임의 편집/변형하지 마십시오)
 

10 5월 2025, 1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