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백주년기념재단 관계자들과의 만남에서 행한 레오 14세 교황성하 연설
레오 14세 교황 성하의 연설
교황청 백주년기념재단 관계자들과의 만남
2025년 5월 17일
안녕하세요, 여러분!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반갑습니다!
교황청 백주년기념재단(이하 CAPP)* 재단 이사장님과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연례 국제회의 및 총회에 참석하신 모든 분들께 인사를 드립니다.
*역주: 지난 1993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 의해 설립된 비영리단체. 평신도 학자들과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으며 가톨릭 교리, 특히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회칙 「백주년」(Centesimus annus) 촉진 운동에 목적을 두고 있다.
올해 여러분의 컨퍼런스 주제인 “양극화 극복과 글로벌거버넌스 재건: 윤리적 토대”는 보편적 형제애의 다리를 건설하기 위한 평화와 대화의 도구인 교회의 사회 교리의 의미와 역할의 핵심을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이 부활 시기에 우리는 불의와 죽음이 승리한 것처럼 보이는 곳에서도 부활하신 주님께서 우리 앞에 계심을 깨닫습니다. 제가 교황으로 선출되던 날 저녁에 권고했듯이, “대화와 만남을 통해 다리를 건설하고, 우리 모두를 하나로 일치시켜 언제나 평화로운 백성이 되도록” 서로 도와줍시다. 이는 단시간에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이는 은총과 자유가 역동적이고 지속적으로 얽혀 있는 과정입니다. 우리는 지금 만남을 통해 이를 더욱 굳건히 하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매우 획기적이고 혁신적인 변혁의 시대에 살았던 레오 13세 교황님은 이미 자본과 노동, 기술과 인간 지능, 다양한 정치 문화, 그리고 국가 간의 사회적 대화를 장려함으로써 평화에 이바지하고자 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전쟁, 기후변화, 불평등, 강제 이주와 그에 대한 반발, 낙인찍힌 빈곤, 획기적 기술 혁신, 고용과 불안정, 불안정한 노동권 등으로 점철된 우리 시대의 극적인 본질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다중 위기”라는 용어를 사용했습니다(교황청립 생명학술원 총회 참석자들에게 보낸 메시지, 2025년 3월 3일). 이처럼 중요한 문제에 대해 교회의 사회 교리는 과학과 인식을 대화로 이끌어 지식, 희망, 평화에 근본적으로 이바지할 수 있는 해석의 열쇠를 제시하도록 요구됩니다.
사실, 교회의 사회 교리는 문제 자체나 문제에 대한 답보다 우리가 문제에 마주하는 방식, 곧, 판단 기준과 윤리적 원칙을 적용하고 하느님의 은총에 열린 마음으로 문제를 다루는 방식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도록 가르칩니다.
여러분은 교회의 사회 교리가 인류학적 관점을 기반으로 사회 문제에 대한 시실적 접근 방식을 장려하고자 한다는 점을 보여줄 기회를 가지고 있습니다. 즉, 교회 사회 교리는 문제 분석이나 해결 측면에서 진리를 소유한다는 기치를 내걸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이런 문제에서는 왜 그런 일이 왜 일어났는지, 또는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에 대해 성급하게 답하는 것보다, 그 문제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아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목표는 언제나 다른 문제에 마주하는 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각 세대는 새롭고, 새로운 도전, 새로운 꿈, 새로운 질문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여기서 대화와 사회적 우정을 통해 “만남의 문화”를 건설하는 데 있어 근본적인 측면을 살펴보게 됩니다. 많은 현대인의 감성에 “대화”라는 단어와 “교리”라는 단어는 모순되고 양립할 수 없는 것처럼 들립니다. 아마도 “교리”라는 단어를 들으면 고전적인 정의가 떠오를 것입니다. 즉, 특정 종교에 특화된 일련의 사상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정의로 인해 우리는 자유롭게 생각하고, 질문하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데 어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교회의 사회 교리와 통해 “교리”라는 용어가 더 긍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이 의미가 없다면 대화조차 의미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절실합니다. “교리”의 동의어로는 “과학”, “교의”, “지식”이 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이해하면, 모든 교리는 연구의 산물로 인식되며, 따라서 가설, 토론, 진전과 좌절의 산물로 인식되며, 이를 통해 우리는 주어진 문제에 대한 신뢰할 수 있고 체계적이며 정리된 지식을 전달하고자 합니다. 이런 식으로 교리는 의견과 동의어가 아니라, 진리에 도달하는 공통적이고 공유되며 심지어 여러 학문 분야에 걸친 경로와 동의어가 됩니다.
“세뇌”는 부도덕합니다. 비판적인 판단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설령 잘못된 것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양심을 존중할 수 있는 신성한 자유를 침해합니다. 또한 새로운 문제에 마주했을 때 사고의 움직임, 변화 또는 발전을 거부하기 때문에 새로운 성찰을 차단합니다. 이와 반대로, “교리”는 진지하고 차분하며 엄격한 성찰로서, 무엇보다도 우리에게 상황에 접근하는 방법, 그리고 더 중요하게는 사람들에게 접근하는 방법을 가르쳐 줍니다. 더욱이, 우리가 어려움에 마주했을 때 신중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진지함, 엄격함, 그리고 차분함은 교회의 사회 교리를 포함한 모든 교리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입니다.
디지털 혁명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비판적 맥락에서 교육의 사명을 재발견하고, 명확히 하고, 함양해야 하며, 교회 공동체 안에 스며들 수 있는 반대의 유혹에 맞서야 합니다. 우리 주변에는 대화가 거의 없고, 고함과 가짜 뉴스가 난무하며, 때로는 몇몇 큰 목소리들이 내놓는 비이성적인 주장의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더 깊은 성찰과 연구는 필수적이며, 교회와 인류에게 소중한 존재인 가난한 이들을 만나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려는 헌신 또한 중요합니다. 그들의 관점은 비록 때때로 무시당하지만, 하느님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려면 매우 중요합니다. 권력의 중심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은 단순히 교회의 사회 교리를 교육받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교리를 계승하고 실천하는 사람으로 인정받아야 합니다. 곧 사회적 헌신, 대중 운동, 다양한 가톨릭 노동자 단체의 증거들은 희망이 지속되고 새롭게 솟아나는 실존적 주변부의 모습입니다.저는 여러분께 가난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을 권고합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규정한 바와 같이 "시대의 표징을 면밀히 살피고 복음의 빛으로 해석하는 것은 교회의 영원한 의무입니다. 그래야 교회는 각 세대의 요구에 맞게 현재와 미래의 삶의 의미와 그 둘 사이의 관계에 대해 사람들이 묻는 끊임없는 질문에 답할 수 있습니다.”(사목헌장 「기쁨과 희망」(Gaudium et Spes) 4항)
그러므로 저는 여러분께서 이러한 식별 과정에 적극적이고 창의적으로 참여하여, 이 사회적 격변의 역사적 시기에 하느님의 백성과 함께 교회의 사회 교리를 발전시키는 데 이바지하고, 모든 이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대화하기를 당부합니다. 오늘날에는 정의에 대한 보편적인 필요성, 부성과 모성에 대한 요구, 영성에 대한 깊은 열망이 존재합니다. 특히 자신을 표현할 효과적인 방법을 항상 찾지 못하는 젊은이들과 소외 계층 사이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교회의 사회 교리에 대한 요구가 점점 커지고 있으며, 우리는 이에 응답해야 합니다.
여러분의 헌신과 제 직무를 위한 여러분의 기도에 감사드리며, 여러분 모두와 여러분의 가족, 그리고 여러분이 하시는 모든 일에 진심으로 축복합니다. 감사합니다!
번역 박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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