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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메시지와 교황 강복(Urbi et Orbi) “군비 경쟁을 중단합시다. 죽음의 메아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게

주님 부활 대축일


‘로마와 온 세상에’(Urbi et Orbi) 보내는
부활 메시지와 교황 강복
성 베드로 광장
2025년 4월 20일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습니다. 알렐루야!

 

형제자매 여러분, 부활을 축하합니다!

오늘 교회 안에서 마침내 알렐루야가 울려 퍼집니다. 입에서 입으로, 마음에서 마음으로 메아리칩니다. 그 노래는 전 세계 하느님 백성을 기쁨으로 눈물짓게 합니다.

예루살렘의 빈무덤에서 우리에게 놀라운 소식이 전해집니다.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께서는 “여기에 계시지 않습니다. 되살아나셨습니다”(루카 24,6 참조). 그분께서는 더 이상 무덤에 계시지 않습니다. 살아 계십니다!

사랑이 증오를 이겼습니다. 빛이 어둠을 이겼습니다. 진리가 거짓을 이겼습니다. 용서가 복수를 이겼습니다. 악은 우리 역사에서 사라지지 않았고 끝까지 남아 있겠지만, 더 이상 우리를 지배하지 못합니다. 이날의 은총을 받아들이는 사람을 더 이상 지배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자매 여러분, 형제 여러분, 특별히 고통과 근심 속에 있는 여러분, 하느님께서 여러분의 침묵 속 부르짖음을 들으셨고, 여러분의 모든 눈물을 모아 간직하셨습니다. 그분께서는 단 한 방울도 헛되이 흘리지 않으셨습니다!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 안에서, 하느님께서는 이 세상의 모든 악을 몸소 짊어지시고 당신의 무한한 자비로 악을 물리치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의 마음을 독살하고 곳곳에 폭력과 부패를 심는 악마적 교만을 뿌리째 뽑으셨습니다. 하느님의 어린양이 승리하셨습니다! 그래서 오늘 우리는 기쁨으로 외칩니다. “그리스도 나의 희망 죽음에서 부활했네”(주님 부활 대축일 부속가).

그렇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희망의 토대입니다. 이 부활 사건으로 말미암아 희망은 더 이상 헛된 꿈이 아닙니다. 결코 아닙니다. 십자가에 못 박히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희망은 우리를 결코 실망시키지 않습니다!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Spes non confundit)(로마 5,5 참조) 이 희망은 현실 도피가 아니라 온전한 헌신으로 이끌어 줍니다. 우리를 소외시키는 것이 아니라 깊은 책임감을 일깨워 우리의 영혼을 풍요롭게 합니다.

하느님께 희망을 두는 이들은 자신의 연약한 손을 그분의 크고 힘찬 손 안에 맡기고, 그분의 도움으로 다시 일어나 길을 떠납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과 함께, 이들은 희망의 순례자가 되어 사랑이신 주님의 승리와 생명이신 주님의 무장해제된 권능을 증언하는 이들이 됩니다.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습니다! 이 선포 안에 우리 실존의 모든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죽음이 아니라 생명을 위해 창조되었습니다. 파스카는 생명의 축제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생명을 위해 우리를 창조하셨고 인류가 부활하기를 바라십니다! 그분의 눈에는 모든 생명이 귀합니다! 어머니 태중에 있는 아이의 생명도, 점점 더 많은 나라에서 쓸모없다며 외면받는 노인이나 병자의 생명도 모두 하느님 보시기에 귀하고 존엄합니다.

세계 여러 지역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분쟁 속에서 우리는 죽음이 활개치는 모습을 얼마나 많이 보는지요! 가정 안에서, 여성이나 아이들에 대해 얼마나 많은 폭력을 보는지요! 때로는 가장 약한 이들, 소외된 이들, 이주민들에 대해 얼마나 많은 경멸이 누적되는지요!

오늘, 저는 우리 모두가 다시 희망을 품고 서로를 신뢰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비록 우리와 멀리 있거나 우리에게 익숙한 것과는 다른 관습, 다른 생활 방식, 다른 사상, 다른 풍습을 간직한 먼 땅에서 온 사람들일지라도 말입니다. 우리는 모두 하느님의 자녀입니다!

평화가 가능하다는 희망을 우리 모두 다시 마음에 품기를 간절히 기도합시다! 올해 가톨릭과 정교회가 같은 날에 부활을 기념하는 예수님 무덤 성당과 주님 부활 교회에서부터 이스라엘 성지 전역과 온 세상에 평화의 빛이 퍼져나가기를 기도합니다. 저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그리스도인들의 고통에 함께하며, 이스라엘의 모든 주민과 팔레스타인의 모든 주민에게 마음을 전합니다. 전 세계에 확산되고 있는 반유다주의 분위기가 심히 우려됩니다. 동시에, 제 마음은 가자지구의 주민들, 특히 그리스도인 공동체를 향합니다. 그곳에서는 끔찍한 갈등이 계속해서 죽음과 파괴를 불러오며, 비극적이고 비열한 인도주의적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저는 교전 당사자들에게 간곡히 호소합니다. 휴전을 선언하고, 인질들을 석방하며, 굶주림 속에서 평화로운 미래를 갈망하는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십시오!

레바논과 시리아의 그리스도인 공동체를 위해 함께 기도합시다. 시리아는 지금 역사적으로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들 공동체는 각 국가의 안정과 그 미래에 동참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저는 온 교회가 사랑하는 중동의 그리스도인들을 깊은 관심과 정성 어린 기도로 동행하기를 간곡히 당부드립니다.

예멘 국민들에게도 특별한 마음을 전합니다. 이들은 전쟁으로 인해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장기적” 인도주의 위기 중 하나를 겪고 있습니다. 모든 이가 진정한 대화의 자리를 마련하여 평화의 길을 모색하기를 간절히 호소합니다.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고통받는 우크라이나에 부활의 평화를 선물로 안겨주시고, 관련된 모든 이가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평화를 이루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도록 힘을 주시기를 간구합니다.

이 축제의 날에 우리는 남부 코카서스 지역을 생각합니다.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 사이에 최종 평화 협정이 하루빨리 체결되고 실현되어, 그 지역에서 오랫동안 갈망해온 참된 화해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합시다.

부활의 빛이 서부 발칸 지역에 화합의 영을 불어넣어, 정치 지도자들에게는 긴장과 위기를 해소하려는 마음을, 지역의 모든 ‘파트너들’에게는 위험하고 불안정한 행동의 유혹을 이겨낼 은총을 베풀어 주기를 바랍니다.

우리의 희망이신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특히 콩고민주공화국, 수단, 남수단에서 폭력과 분쟁으로 고통받는 아프리카 형제자매들에게 평화와 위로를 베풀어 주시고, 사헬, 아프리카의 뿔(소말리아 반도), 아프리카 대호수 지역의 긴장 속에 신음하는 이들과, 많은 곳에서 자유롭게 신앙을 고백하지 못하는 그리스도인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시기를 간절히 청합니다.

종교적 자유가 없거나, 사상과 언론의 자유, 다른 사람의 의견에 대한 존중이 없는 곳에서는 결코 평화가 깃들 수 없습니다.

진정한 군비 축소 없이는 참된 평화가 꽃필 수 없습니다! 각 민족이 자신을 지켜야 할 필요성이 전 세계적인 군비 경쟁으로 번져서는 안 됩니다. 부활의 빛은 우리에게 분열을 만들고 정치적, 경제적 상처를 남기는 모든 장벽을 허물라고 촉구합니다. 서로를 돌보고, 함께 연대하며, 모든 인간의 온전한 성장과 발전을 증진하기 위해 마음과 힘을 모으라고 우리를 일깨웁니다.

미얀마 국민을 위해 손길을 내밀어 줍시다. 이들은 이미 오랜 무장 분쟁으로 깊은 상처를 안고 있으면서도, 사가잉에서 발생한 파괴적인 지진의 아픔을 용기와 인내로 견디고 있습니다. 이 지진으로 수천 명이 목숨을 잃었고, 고아와 노인을 포함한 수많은 생존자들이 깊은 고통 속에 있습니다. 희생자들과 그 가족들을 위해 간절히 기도합시다. 구호 활동에 헌신하는 모든 자원봉사자들의 숭고한 사랑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미얀마 내 여러 분쟁 당사자들이 선언한 휴전은 미얀마 전체에 희망의 빛을 밝히고 있습니다.

저는 세계 각국에서 정치적 책임을 맡고 있는 모든 이에게 마음을 다해 호소합니다. 폐쇄와 고립을 불러오는 두려움의 논리에 굴복하지 마시고, 여러분이 가진 모든 자원을 써서 도움이 필요한 이들의 손을 잡아주고, 굶주림과 싸우며, 참된 성장과 발전을 이끄는 길을 열어주십시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평화의 무기”입니다. 죽음의 씨앗이 아닌 미래의 희망을 심는 무기입니다!

우리 모든 행동의 중심에 인류애의 원칙이 굳건히 자리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무고한 민간인, 학교와 병원, 인도주의 활동가들을 향한 분쟁의 잔혹함 앞에서, 우리는 그들이 단순한 “공격 목표물”이 아닌 영혼과 존엄성을 간직한 소중한 생명임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이 거룩한 희년에, 부활의 은총이 전쟁 포로와 정치범들에게도 자유의 선물로 다가가기를 온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주님 부활 안에서, 죽음과 생명이 놀라운 싸움을 벌였으나, 이제 주님께서는 영원히 살아 계십니다(주님 부활 대축일 부속가 참조). 그분께서는 우리 마음에 굳은 확신을 심어주십니다. 우리 또한 영원히 빛나는 생명, 무기의 굉음과 죽음의 메아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는 그 생명에 초대받았다는 확신을 주십니다.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드실 수 있는 유일하신 그분(묵시 21,5 참조)께 우리의 모든 것을 온전히 맡겨드립시다!

모든 분들에게 거룩하고 복된 부활 대축일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번역 이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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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4월 2025, 1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