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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P Francis is mourned MAP Francis is mourned  (VATICAN MEDIA Divisione Foto)

[사설] 자비의 교황 프란치스코

프란치스코 교황은 재위 기간 동안 핵심 메시지였던 자비, 가난한 이들에 대한 관심, 형제애, 우리 공동의 집(지구) 돌봄, 전쟁 반대 등의 가르침으로 이천 년 그리스도교 전통을 새롭게 해석하며 교회의 모성애적 얼굴을 드러냈다.

Andrea Tornielli

 

자비의 교황

“하느님의 자비는 우리의 해방이자 행복입니다. 우리는 자비 속에서 살아갑니다. 자비 없이 살 수는 없습니다. 자비는 우리가 숨 쉬는 공기와 같습니다. 우리는 너무나 가난하여 어떤 조건도 내세울 수 없습니다. 우리는 용서받기 위해 용서해야 합니다.” 프란치스코의 교황직에서 가장 두드러진, 그리고 앞으로도 오래 남을 메시지는 바로 ‘자비’다. 교황은 4월 21일 아침 갑작스럽게 우리 곁을 떠났다. 주님 부활 대축일에 성 베드로 대성전의 중앙 ‘강복의 발코니’에서 마지막으로 ‘로마와 온 세상에’(Urbi et Orbi) 보내는 부활 메시지와 교황 강복을 전하고, 군중 사이를 돌며 축복을 전하고 인사한 후였다.

교회 역사상 최초의 아르헨티나 출신 교황이 다룬 수많은 주제 가운데, 특히 가난한 이들에 대한 관심, 형제애, 우리 공동의 집(지구) 돌봄, 전쟁에 대한 분명하고도 무조건적인 반대 등이 두드러진다. 그러나 그의 메시지의 핵심, 가장 깊은 울림을 남긴 것은 자비에 대한 복음적 호소였다. 이는 하느님께 의지하며 도움을 청하는 이들을 향한 하느님의 친밀함과 애틋한 사랑에 대한 호소였다. 자비는 “숨 쉬는 공기”와 같아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하며 이것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료(프란치스코) 교황은 재위 내내 이 메시지를 중심으로 살아왔다. 그것이 그리스도교의 핵심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013년 3월 17일, 자신이 결코 거주하지 않을 교황 관저의 창문에서 첫 삼종기도를 바칠 때부터 자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보좌주교로 임명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고해성사를 청한 한 노부인의 말을 들려주곤 했다. “주님께서는 모든 것을 용서하십니다. (...) 주님께서 모든 것을 용서하지 않으신다면, 세상은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

“세상의 끝”에서 온 교황은 이천 년 전통의 그리스도교 가르침을 바꾸지 않았지만, 자비를 새롭게 자신의 교도권 중심에 두어 교회에 대한 인식을 크게 변화시켰다. 그는 상처받은 이들, 특히 죄로 상처 입은 이들에게 몸을 낮추는 교회의 모성애적 얼굴을 보여줬다. 예수님께서 예리코에서 하신 것처럼, 죄인에게 먼저 다가가는 교회의 모습을 증거했다. 그분은 아무런 요구도, 전제 조건도 없이 보기 싫고 미움받던 자캐오의 초대에 응하셨다. 자캐오는 생전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사랑이 넘치는 눈길을 받았다고 느꼈기에, 자신이 죄인임을 인정하고 나자렛 사람의 눈길 속에서 회심의 용기를 얻었다.

이천 년 전, 많은 사람들이 스승이신 예수님께서 예리코의 세리 집에 들어가시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마찬가지로 많은 이들은 아르헨티나 출신 교황이 모든 부류의 사람들, 특히 “보기 좋지 않은” 이들과 죄인들에게 보여준 환대와 친밀함의 몸짓에 충격을 받았다. 바티칸 시국 내 성녀 안나 본당에서 신자들과 함께한 첫 번째 미사 강론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 중 얼마나 많은 사람이 비난받아 마땅할까요! 그것이 정의로울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분은 용서하십니다! 어떻게 용서하실까요? 바로 자비를 통해 용서하십니다. 자비가 죄를 없애는 것은 아닙니다. 하느님의 용서가 실제로 죄를 없애줍니다. 하지만 자비는 죄의 사함을 넘어섭니다. 자비는 하늘과 같습니다. 우리는 하늘을 보며 많은 별들을 볼 수 있지만, 아침에 태양이 뜨면 그 강한 빛으로 인해 별들이 보이지 않게 됩니다. 하느님의 자비도 그러합니다. 하느님은 교령으로 용서하지 않으시고, 어루만짐으로 용서하시는 크나큰 사랑이자 온유함의 빛입니다.”

베드로 사도의 제266대 후계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재위 기간 내내 모든 이를 환영하고 품에 안는, 친밀함과 애틋한 사랑과 연민을 증거할 수 있는 교회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 과정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독선적인 사람들의 비난도 마다하지 않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신의 교황직 로드맵이라 할 수 있는 「복음의 기쁨」(Evangelii gaudium)에서 이렇게 말했다. “자기 안위만을 신경 쓰고 폐쇄적이며 건강하지 못한 교회보다는 거리로 나와 다치고 상처 받고 더럽혀진 교회를 저는 더 좋아합니다”(49항). 그는 인간의 역량이나 자기 자신만 내세우는 유명인사들의 영향력, 종교적 마케팅 전략에 의존하지 않는 교회를 추구했다. 오히려 자신을 비워 온갖 역경 속에서도 이천 년 동안 교회를 세우시고 지켜오신 하느님의 자비로운 얼굴을 세상에 드러내는 교회를 지향했다.

많은 이들이 아르헨티나에서 온 노령의 로마 주교(교황)를 통해 그 자비로운 얼굴과 사랑의 품을 체험했다. 그는 람페두사에서 해상 사고로 죽은 이주민들을 위해 기도하며 교황직을 시작했고, 휠체어에 의지한 채로 마지막 순간까지 모든 피조물을 향한 사랑에 충실하신 하느님의 자비로운 품을 세상에 증거하며 교황직을 마쳤다.

 

번역 이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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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4월 2025, 19: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