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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 클레멘스 홀에서 이탈리아 재무경찰들을 맞이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교황청 클레멘스 홀에서 이탈리아 재무경찰들을 맞이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VATICAN MEDIA Divisione Foto)

교황, 이탈리아 재무경찰들과의 만남 “공동선을 위해 봉사하고 마약과 부패에 맞서 싸우십시오”

프란치스코 교황이 9월 21일 이탈리아 “재무경찰” 창립 250주년을 맞아 바티칸에서 재무경찰 300여 명을 만나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라고 격려했다. 이 자리에서 교황은 정의가 필요하지만 오직 사랑만이 사람과 사람을 치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재무경찰이 “지중해에서 위험에 처한 이주민들을 구조할 때”나 “자연재해에 맞서는 용감한 노력” 속에서, 혹은 마약밀매를 주도하는 “죽음의 상인”들과 맞서는 과정에서 이를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Lorena Leonardi

“정의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아낌없이 주는 마음과 자선활동, 사랑만이 채울 수 있는 마음의 빈자리가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9월 21일 오전 교황청 클레멘스 홀에서 창립 250주년을 맞아 이탈리아 재무경찰 300여 명을 만난 자리에서 자비의 마음으로 재무경찰의 사명을 이어가라며 이 같이 말했다. 이 자리에서 교황은 재무경찰이 “지중해에서 위험에 처한 이주민들을 구조할 때”나 “자연재해에 맞서는 용감한 노력” 속에서 혹은 마약밀매를 주도하는 “죽음의 상인”들과 맞서는 과정에서 이를 경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만남에는 지안카를로 조르제티 이탈리아 경제·재무장관도 참석했다.

교황은 이날을 기념하는 표어 “전통이 미래를 열다”를 언급하며 재무경찰의 역사를 간략히 되짚었다. 교황은 이들이 원래는 해안 및 국경통제 업무 및 재정 감시를 담당했지만 조세, 경제·금융 경찰의 역할을 더하며 해상 경찰 업무까지 맡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산과 바다에서 수행하는 중요한 구조 임무”를 강조하며, 특히 이주민 구조 활동에 대해 특별한 감사를 표했다. “고맙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교황은 또 두 차례의 세계대전 중 유다인 난민과 박해받는 이들을 돕던 활동도 떠올렸다.

재무경찰들과 함께한 교황
재무경찰들과 함께한 교황   (VATICAN MEDIA Divisione Foto)

공정에서 아낌없이 내어주는 삶으로

교황은 재무경찰들에게 정의와 공정에서 아낌없이 내어주는 삶으로 나아가는 길을 제시했다. 이날 성 마태오 축일을 맞아 교황은 재무경찰대의 수호성인 마태오의 삶을 떠올렸다. 교황은 예수님의 부르심을 받기 전까지 “세리”였던 마태오가 어느 정도 “이익의 논리에서 공정의 논리로 전환”했지만 예수님의 가르침을 받는 동안 “공정과 정의의 차원을 넘어섰으며, 나눔과 연대 포용으로 이끄는 무상성, 곧 아낌없이 자기 자신을 내어주는 삶”을 깨닫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리스도를 만나기 전 마태오는 “오직 ‘돈이라는 우상’에만 충성하는 이기적이고 비양심적인 사고방식을 대표하는 인물이었다”고 말했다.

“오늘날에도 이 같은 논리가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불균형과 소외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특히 음식물 낭비 문제를 생각해 봅시다. 음식물 낭비는 그야말로 부끄러운 일입니다! 이런 낭비로 인해 몇몇 시민들은 자신이 마땅히 누려야 할 일부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창립 250주년을 맞이한 이탈리아 재무경찰들과의 만남
프란치스코 교황과 창립 250주년을 맞이한 이탈리아 재무경찰들과의 만남   (VATICAN MEDIA Divisione Foto)

공동선을 위한 봉사

교황은 특히 자원이 풍부한 국가들조차 금융시장이나 세계경제에서 고립되는 희생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재무경찰들에게 매일의 행동 속에서 “공동선을 위해 봉사하고”,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부패에 맞서고 법치를 증진”하라고 요구했다.

“세계의 기아 문제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오늘날 세상에는 굶주리는 사람들이 많지만, 한편으로는 엄청난 낭비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정말 끔찍한 일입니다. 만약 무기생산을 1년간 중단한다면, 세계의 기아 문제는 사라질 것입니다. 기아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무기를 만드는 것이 더 나은 것일까요? (...) 심지어 국가도 이러한 시스템의 희생양이 될 수 있습니다. 자원이 풍부한 국가들조차 금융시장이나 세계경제에서 고립될 수 있습니다.” 

젊은이 교육 

젊은이 교육은 부패와의 싸움에서 중요하다. 교황의 설명대로 “부패한”(cor-rotto)이라는 말은 마치 마음이 무언가로 더럽혀진 상태, 곧 “마음(cor)이 망가진(rotto)” 상태를 떠올리게 한다. 교황은 부패 문제에 대한 대안이 한낱 “규범”이 아니라 “새로운 휴머니즘”에 있다고 강조했다. “인류를 재건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젊은 세리 마태오를 바라보시는 모습은 “인간의 존엄성과 삶이 한 민족의 중심”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교황은 덧붙였다. 아울러 재무경찰로 근무하려는 젊은이들을 교육함으로써 새로운 휴머니즘의 탄생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격려했다. “그들은 처음에는 단순히 일자리를 원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필요한 지식과 경험을 쌓는 특별한 교육을 통해 삶과 공동선을 위한 진정한 배움을 얻게 됩니다.” 

이탈리아 재무경찰들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전한 선물
이탈리아 재무경찰들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전한 선물   (VATICAN MEDIA Divisione Foto)

잘못을 저지른 이들을 돕기

교황은 잘못을 저지른 이들을 돕는 것도 중요한 봉사라고 말했다. 이어 재무경찰의 역할은 “피해자 보호에 그치지 않고, 잘못을 저지른 이들이 새롭게 태어날 수 있도록 돕는 데까지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무관심의 세계화”에 대한 대안 구축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무관심은 폭력과 전쟁으로 인간의 존엄과 삶을 파괴하고, 사회와 환경에 대한 돌봄을 소홀히 합니다.”

특권에 맞서십시오

교황에 따르면, 재무경찰의 역할은 모든 시민이 공정한 기준에 따라 국가의 필요에 이바지해야 하는 의무를 감시하는 데 “1차적으로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강자가 특혜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하며, 개인과 기업의 활동을 규제하는 규범 준수 여부를 점검하고, 인터넷과 소셜 네트워크의 부적절한 사용을 예방하며, 세금을 징수하고, 저임금 노동이나 불법고용에 맞서 싸워야 한다. 교황은 이 같은 노력이 사회 정의와 평등을 지키기 위한 길이라며, 그렇지 않을 경우 사회적 불평등을 초래하고 “추문”을 일으키며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나라의 진정한 부는 단순히 국내총생산(GDP)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 나라의 자연, 예술, 문화, 종교유산 그리고 그 나라 사람들의 미소, 특히 아이들의 미소에 깃들어 있습니다. 한 번은 한 국가의 지도자가 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에게는 특별한 기준이 있습니다. 바로 아이들과 노인들의 미소입니다. 이 두 세대가 모두 환하게 웃고 있다면, 그 사회는 크게 나쁘지 않다는 뜻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을 예방한 이탈리아 재무경찰 대표단
프란치스코 교황을 예방한 이탈리아 재무경찰 대표단   (VATICAN MEDIA Divisione Foto)

연대의 힘

교황은 “국가의 진정한 부는 무엇보다 그 국민, 곧 각 시민의 독창성에 있다”며 “이는 창의성과 세상에 대한 열린 마음을 촉진한다”고 말했다. “여러분은 이탈리아의 이 ‘부’를 지키는 시민들로, 국제적인 사명에 나설 준비가 돼 있는 사람들입니다. 서로에 대한 이 연대의 힘이 평화를 위한 길이자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 돼야 합니다!”

끝으로 교황은 “건강을 유지하는” 유머감각을 잃지 말라고 당부하면서, 국민의 신뢰와 희망을 키워가는 데 이바지하는 재무경찰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아울러 미소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아이들이 웃고 있나요? 어르신들도 웃고 계신가요? 이를 잊지 마세요.”

번역 박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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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9월 2024, 22:01